[중략]
내 경우도 오래 산에 다니다 보니 여러 차례 조난 아닌 조난을 접하면서
산행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반드시 기본적인 장비나 식량을 갖추고 산에 간다.
그런데 당일 산행이야 별 문제가 없지만 며칠 동안의 산행쯤 되면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는 삶의 무게만큼이나 참으로 무겁다.
그러다 보니 산에 가면서 점점 안전과 관련된 것은 몰라도
먹고 자고 입는 데 필요한 짐은 최소화하는 습관이 생겼다.
산에 무슨 호강을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좀 불편해도 몸과 마음이 편한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산행 배낭을 꾸릴 때마다, 인생에 있어서도 물질에 필요 이상 집착하는 것이
삶을 고달프게 만드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성직자들이나 구도자들의 영혼이 누구보다도 풍요로운 것은
자신의 육신을 위한 짐이 가볍기 때문일 것이다.
한세상 살아가는 인생도 결국은 짧은 산행과 비슷할 것이다.
경쟁과 물질적인 삶에서 온전히 벗어나지는 못하더라도
가능한 적은 짐을 지고 천천히 인생을 살아야지 다짐하면서,
오늘은 더 줄일 짐은 없나 배낭 속을 살펴본다.
- 장재연 님 (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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