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 wave

어머니 마음

극기상진 2017. 8. 8. 23:28


 " 얘야, 이것 마셔라. 그러면 낫게 될 게다. "

 " 안 돼요. 어머니! "

몇 번을 안 된다고 했지만 어머니의 뜻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머니를 설득하는 사이 동샌은 그것을 단숨에 마셔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피였습니다.

그것도 어머니가 자신의 손가락을 직접 칼로 베어서 낸 피였던 것입니다.

동생이 마흔 살 나이에 암으로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세상을 뜨기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몸에 좋다는 것은 무엇이든 다 써 보았지만 동생은 나날이 쇠약해져만 갔습니다. 급기야 애가 타신

어머니가 피를 먹여 보겠다고 가족들 몰래 당신의 피를 가지고 오신 것입니다. 너무 놀랐지만 무조건

막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우리 마음이 아무리 아프다 한들 어머니만 하겠습니까.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차마 그 생명의 줄을 놓을 수 없어 먹은 마음을 감히 어떻게 막겠습니까?

동생도 아직 의식이 있는 상태여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싫다는 말 한마디 없이 단숨에 마셔

버렸습니다. 아마도 동생은 그것이 어머니께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가슴으로 읽을 수 있는 마음이 훨씬 크고 아름답다는 걸 알 것 같습니다.


 부모 자식의 연으로 만나 부모는 자식으로 인해 기쁨을 얻고, 자식은 부모님을 공경하며 오래오래 함께

한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은 없겠지요. 그러나 우리들의 삶이 모두 그와 같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요즘 아들을 앞세워 보내고 한층 더 늙어 버린 어머니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납니다.

어찌 쉽게 잊을 수 있을까마는 이제 그만 잊으시고 편안한 여생을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 입니다.



                                                                  이선휘 님 / 충북 진천군 진천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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